여당 대선후보에 바란다/유석춘 연세대교수·사회학
(세계시론)
 
「집권여당」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가 국내 정치사상 최초로 자유로운 경선과정을 거쳐 확정되었다. 경선과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집권여당이 우리 국민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제공해준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김심으로 상징되는,권력의 후계자 선 정에 대한 개입의혹을 과감히 떨쳐버리고,후보자들의 경쟁과 대의원들의 선택을 통해 대선후보를 결정함으로써 신한국당은 한국 정치의 기대수준을 한단계 올려 놓은 것이다.

○앞으로 5개월 낙관 금물

대통령이 되 기위한 첫번째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한 이회창후보에게 우선 축하를 보낸 다. 그러나 본선의 경쟁 상대인 야당의 후보가 모두 한 세대를 풍미한 노련한 정치인들인 만큼 상대적으로 정치적 경륜이 짧은 여당후보의 앞 길이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번 경선과정에서도 드러났지 만 정치란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의 출현을 내포하고 있으며,12월로 예정된 대선까지는 앞으로도 5개월이라는 적지않은 시간이 더 흘러야 하 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올해 봄 한보사태가 드러날 때까지만 해도 「집권여당이 과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국민이 없을 정도로 신한국당의 인기는 급강하했다. 그러나 여당 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이 시작되면서 신한국당은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 었고 나아가서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올해 봄 내내 한보사태로 반사이익을 즐기던 야당이 대선후보 선출과정을 계 기로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데는 상대적으로 실패하고 있다.

○정치는 물 흐르듯 해야

정치란 흐름이다. 물이 흐르듯 정치도 흘러야 한다. 높 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우회하여야 하고 깊은 웅덩이가 나타나면 그 곳이 고여 넘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형지물을 따라 흐르지 않는 정치는 변화가 없고,변화가 없는 정치는 썩게 마련이다. 물이 보다 낮은 곳 을 찾아 끊임없이 흘러가듯 정치가 국민의 관심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정치가 국민의 관심을 따라 흘 러가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부패」와 「독재」인 것이다.

우리는 집권여당의 대통령후보가 앞으로 대선과정을 치르면서 민의의 흐 름에 역행하지 않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금품을 살포」하고 「흑색선전 」을 퍼뜨리고 「상의를 하달」하는 정치는 이제 뿌리를 뽑아야 한다. 민심의 흐름에 따라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정치를 펼쳐야 하 지만,그와 동시에 「시류」와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를 경계하여야 한 다. 이번 대선에서는 오히려 후보들이 국민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는 주 장을 통하여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저런 공약을 남발하여 막상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을 대선후보들이 만들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국민들의 요 구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심각한 2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으 로는 냉전질서의 붕괴와 함께 도래한 국가간의 무한경쟁이 우리를 압박하 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지구상에 단 하나 존재하는 냉전의 유산 즉 「북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이 우리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회문화적으로도 기존의 질서는 무너졌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는 정립되지 않고 있다. 바로 다음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펼쳐질 21세기 한국의 첫번째 대통령으로 일하게 될 사람이기에 우리 국민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구태벗고 정 책대결을

여당후보의 경선과정 자체가 한국정치사에는 분명 하나의 획기 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일은 지금부터의 본선에 대처하는 후보자들의 자세이다. 과거의 구태를 벗고 민심의 흐름을 읽어 정책대결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면 우리 국민은 21세기의 첫번째 대 통령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의에 역행하며 「관 권」이나 「금권」 그리고 「지역감정」에 의지하여 대통령에 당선될 생각 을 하는 후보가 만약 있다면 우리 국민은 결코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켜서는 안된다.

( 1997/07/22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