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유교자본주의론,IMF시대 맞아 새쟁점으로 부각

입력 : 1997.12.17 18:24 49'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설명하는 유력한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던 유교자본 주의론이 최근 이지역을 덮친 금융위기로 좌초에 직면했다. 유교자본주의에 대한 이같은 재평가는 향후 동아시아경제권의 진로 설정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학계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는 주요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교자본주의는 명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공동체를 중시하는 유교 적 가치관이 자본주의발전의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이 점은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타지역의 경제발전이 실패한 데 비해 유독 유교권에서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룬 사실 때문에 그동안 상 당한 지지를 얻었다. 최근 나온 계간 '전통과 현대' 겨울호가 마련한 좌담 '동아시아 경 제발전모델은 존재하는가'는 제목 자체가 위기에 처한 유교자본주의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이 좌담에서 윤영관 서울대교수(외교학)와 이제민연세대교수(경제학) 는 유교자본주의를 가혹히 비판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 바로 유교라는 문화적 요인으 로 우리의 경제발전을 설명하려는 유교자본주의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 여주고 있다"며 "만일이전의 성공적인 경제발전이 유교로 인한 것이었다 면 지금의 경제위기 또한 유교 때문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도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은 정부정책의 문제이지 유교가 일 차적 요인이 될 수는 없다"고 유교자본주의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문제가 된 것은 '정경유착'. 유교자본주의 지역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유교자본주의론의 강력한 옹호자인 유석춘연세대교수(사회학)는 "한국에서는 정경유착이 부정적 기능만 한 것이 아니라 혈연 지연학연과 같은 인간관계가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서구식 신뢰제도를 대신해 비용을 감소시킨 순기능도 했다"며 "정경유착은 앞으로 없어져야 할 사안이지 과 거경제발전을 설명하면서 무조건 매도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논쟁은 미국경제학자 폴 크루그만 교수와 이광요싱가포르 전총리 사이에도 벌어지고 있다. 크루그만 교수는 "유교자본주의란 값싼노동력에 의한 양적 팽창에 불과하다"며 "이런 식의 발전을 계속할 경우 21세기가 되면 아시아경제권 은 몰락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반면 이광요 전총리는 최근 독일 경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아시아에 닥친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진단하고 "21세기에는 발전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진영은 동아시아 미래진단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길을 제시한 다. 한쪽은 아시아모델을 지속하면서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아시아모델은 파탄에 직면했기 때문에 서구모델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광요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두 모델 중 어느 쪽이 성공하게될지는 시간만이 안다. 그러나 유교적 가치체계는 계속 존속될 것이다.". 유교자본주의가 서구식 경제발전에 얼마나 기여했고, 어떤 상관관 계에 있는가는 유교자본주의에 대한 연구가 한층 진행되어야 답이 나올듯 하다.

<이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