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분야 : 문화/생활
등록 일자 : 1998/11/11(수) 18:31
 
[화제의 책]「문화민족주의자 金性洙」
 

▼「문화민족주의자 金性洙」(김중순 지음 일조각 펴냄)▼

식민지와 분단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민족’과 ‘외세’ 그리고 ‘좌’와 ‘우’의 대결을 거치면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희생을 치렀고 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룩해온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러한 우리의 고통과 함께 자라왔기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과거를 보다 객관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해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게 되었다. 근대화의 기본적인 조건 즉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성장을 최소한으로나마 이룩하였기 때문이다. 독재와 궁핍이 사라진 사회적 공간에는 문화가 자라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선각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의 생애와 우리 민족의 근대화 과정을 분리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조선의 지주로 출발하여 근대적 기업과 학교 및 언론을 일으킨 그의 생애는 오늘을 사는 우리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가 키운 나무의 그늘에서 오늘 우리는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언론에서 동아일보가 차지하는 비중과 대학교육에서 고려대학교가 기여해온 역할, 그리고 기업활동에서 경성방직이 제공한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김성수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부정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예속과 굴종 뿐이다. 수정주의라는 친북적(親北的)인 역사관에 우리를 내맡기고 남한의 정통성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우리가 성취한 민주화와 산업화의 미래를 우리는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제2의 건국을 위한 도약을 위해서도 우리는 근대화의 씨앗을 뿌려 우리 민족에게 크나 큰 문화의 나무를 선물한 김성수의 모범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석춘<연세대 사회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