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2建國' 국민동의부터
 
발행일 : 1998-12-08 [종합]
기자/기고자 : 류석춘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제2의 건국」이 요즈음은 내년도 예산 배정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 운동이 순수한 민간차원의 의식과 생활을 개혁하기 위한 운동이니 국가가 다소간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 운동이 정치적인 복선을 깔고 추진되고 있는 권력집단의 음모이니 예산지원은 어림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대립적인 평가 사이에서 도대체 「제2의 건국」이라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해방 후부터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진행되어온 「제1의 건국」 과정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다고 해놓고, 정경유착 관치금융 부정부패로 나라를 이 꼴로 만들지 않았느냐』며 「제2의 건국」이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일단 「제2의 건국」운동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나란히 발전시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그리고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대통령 정책자문기구로 설치된 「제2건국위원회」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 국민의 의식과 생활을 개혁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을 위해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일은 오히려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원회가 왜 행정의 모든 수평적 및 수직적 단위마다 설치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활동이 국가의 행정에 관한 업무를 감독하고 기구를 개편하는 문제에까지 확대되어도 되는 일인지, 또한 그러한 활동을 수행하는데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등의 문제에 관해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특히 사람만 바뀌었을 뿐 과거 관변단체의 조직과 기능을 그대로 복제한 모습이 제2건국위원회의 실상이라는 비판을 접하게 되면 국민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다. 제1의 건국이 보여준 문제점 즉 「정경유착, 관치금융,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만든 기구가 어떻게 과거 그러한 폐단을 만들어낸 관변단체와 동일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활동할 수 있단 말인가. 이미 새 정권 출범후 정가와 관가는 물론 재계와 언론, 그리고 심지어는 시민운동 단체에까지도 특정한 연고를 배경으로 한 유착이 알게 모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중앙은 물론이고 전국적인 차원에서 지방의 모든 행정단위마다 이른바 「대통령 사람들」이 포진하여 국가의 예산을 써가며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는 「제2의 건국」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현 정권이 그토록 부정하는 과거 유신체제의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집단이나 5공시절의 「사회정화위원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막강한 관변단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가당착도 유분수다.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그리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관변단체에 의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과거의 대표적 관변운동인 새마을운동을 주도한 경험이 있는 여권의 다른 한축조차도 제2건국운동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실련」이나 「참여연대」같은 대표적 시민단체들의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사회운동이 정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밑으로부터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것을 제쳐두고 조직과 자금만을 가지고 위로부터 전개된 운동은 그래서 모두 관변운동이 되고 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적 발전이라는 통치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국민적 동의」에 의한 제2의 건국이다. < 연세대 교수·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