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대통령 「베트남회담」의 과제/柳錫春 연대 교수
(시론)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세계경제는 「세계화」와 「지역화」라는 두가지 상반된 추세를 겪으며 급변하고 있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개혁 을 밑거름으로 세계 최강의 경제로 부상한 미국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세계무역기구(WTO)및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국제기구를 앞세 워 상품­금융을 포함한 모든 시장의 국경을 철폐해야 한다는 「신자유주 의」노선을 전세계에 강요하고 있다.

○경제 세계화­지역화 급변

다른 한편 60년대 이후 복지국가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체험한 유럽도 80 년대 대처의 개혁을 출발점으로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지역단위의 경제공 동체인 유럽연합(EU) 결성과 화폐 통일을 기하는 등 국지적인 경제협 력을 통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주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면 70 년대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누려왔던 아시아경제는 이와 같은 서구경제의 전반적 재편이 지니고 있는 합의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오면서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즐기던 일본이 침 몰하기 시작하고,작년부터 동남아시아 및 한국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아시아 국가들도 점차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특히 지도자들 사이에 대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지역의 경제통합은 몇가지 현실적­역사적 제약 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아왔다. 우선 지역내에 존재하는 정치적 ­문화적 이질성이 통합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나라별 경제발 전의 정도가 다른 점도 통합의 장애물이다.

그리고 이 지역이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으로 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도 통합의 발 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 지역의 과거사 또한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국가간에 미묘한 입장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통 합은 「大中華(대중화)경제권」의 건설이라는 중국 패권주의로 비판되고, 일본을 중심으로 한 통합은 「신대동아공영권」의 구축이란 일본 패권주의 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동남아 경제통합 모색을

그러나 동남아시아 및 동아시아의 경제는 여러 가지 기준에서 서로 보완적인 관계로 구성돼 있다. 즉 일본의 대규모 자본과 첨단기술,중국의 엄청난 노동력과 시 장,그리고 동남아의 무진장한 자원은 지구상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잠재 력이 큰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존재한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와 대만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 가 상호 보완적으로 중간수준의 발전단계에 적합한 역할을 제고한다면 이 지역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은 이미 무역­투자의 자유화가 가속화돼 상호 역할분담이 없으면 각 나라는 모두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왔다. 한국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의 무역상대로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의 중요성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 가 없다. 나머지 무역 가운데에선 1997년 현재 미국이 18.4%, EU가 12.7%,그리고 아세안(ASEAN)이 11.6%를 각각 차지 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동남아의 비중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 더구나 무역수지 흑자를 기준으로 본다면 동남아는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이다.

최근 한­중­일 3국은 물론 아세안을 구성하는 동남아 9개국이 모두 경제공동체의 건설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세계경제의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외교적 역량 발휘해야

경제위기 이후 서구 금융자본의 횡포와 IMF의 패권주의로 부터 아시아 각국의 경제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은 「동아시아경제회의(EAEC)」나 「아시아통화기금(AMF)」과 같은 구상을 통해 가시적인 지역 단위의 통합체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번 베트남에서 개최되 는 9+3형태의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이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경제사회학>

( 1998/12/15 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