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분야 : 정보/과학
등록 일자 : 2000/07/21(금) 19:07
 
[옴부즈맨 칼럼]유석춘/PDF서비스 속도 느려 답답
 

인터넷 없는 국제화와 세계화는 이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 됐다. 인터넷 덕분에 사람들은 지구의 반대편에 앉아서도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와 있는 필자도 이런 인터넷의 효용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펜하겐의 한 연구실에 앉아서 서울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을 현지 연구소의 근거리통신망(LAN)에 연결하고 몇가지 조건을 맞춰주었더니 화면에는 한국의 신문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하드웨어가 아무리 편리하게 발달해도 그것을 채우는 내용, 소위 ‘콘텐츠’가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리는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괜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게 된다. 이곳에서 발견한 동아일보의 인터넷신문인 ‘동아닷컴’의 콘텐츠 또한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지 않았다.

우선 최근 동아일보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된 기사의 내용에 관한 것으로 기본적인 의문점은 이렇다. 각각의 언어로 된 신문이 우리가 아침마다 받아 보는 활자로 된 신문의 번역판인지, 아니면 그것과는 다른 신문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한국어판과 영어판 그리고 일어판 중국어판이 모두 조금씩 서로 다른 내용을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사용하는 네티즌의 기호와 관심사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터이다. 그들이 읽어보기를 원하는 기사를 골라 언어권별로 다르게 뉴스를 서비스하는 것도 차별화 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차별화의 성격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났으면 좋겠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 차이가 어떤 기준에 따른 것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두번째로는 소위 ‘풀기사 리얼타임 서비스’라는 기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활자로 된 동아일보도 아침에 일반 독자가 받아보는 형태로 자리잡기까지는, 소위 가판이나 지방판을 조금씩 수정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것은 특정한 날짜가 찍힌 신문의 최종적인 내용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가 ‘며칠자 동아일보’라고 하면 누구나 도서관과 같은 기록을 보관하는 곳에 가서 동일한 신문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도서관이 돼야 하는 ‘동아닷컴’의 일반화면에서는 도무지 이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연재물인 경우에는 1주 혹은 2주가 지난 기사까지도 당일 신문을 보는 자리에 함께 나타나고 있다. 물론 기사를 입력한 시간을 주의깊게 확인한다면 그것이 지난 신문의 일부라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이용자라면 당연히 그날의 신문 내용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PDF파일로 된 최종 신문을 제공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속도가 느려 한 면, 한 면의 화면을 일일이 열어서 신문을 보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만큼 적절한 개선책이 필요할 것 같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