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분야 : 피플/칼럼
등록 일자 : 2000/08/25(금) 18:39
 
[옴부즈맨 칼럼]유석춘/쟁점 현안 여론선도 돋보여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남기고 간 남북의 정서적 화해와 갈등을 딛고 다시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우리의 문제들이 부각된 한 주였다.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혼란을 겪고 있는 의약분업은 말할 것도 없고 현대사태를 근근이 봉합한 한국경제의 불투명한 미래,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한미간의 공조, 집권의 반환점을 막 돈 현 정권의 국정수행능력 등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전체적으로 동아일보의 지면 또한 이러한 당면한 현실 문제를 균형 있고 깊이 있게 짚고 있어 정론지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두 번의 기획으로 다뤄진 ‘경제를 챙기자’와 기획시리즈로 연재중인 ‘한국의 의사’는 시의성을 확보한 동시에 기사의 깊이와 범위가 기획다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독자들의 이해는 물론이고 정책 결정자들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른 한미공조의 현안을 박스로 정리해 연재한 기사 또한 사안의 중요성에 걸맞은 내용과 형식으로 채워져 독자의 이해를 돕고 여론을 환기하는 데 적절한 역할을 했다.

사설과 칼럼 또한 그때 그때의 현안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정부와 사회에 약이 되는 고언을 서슴지 않았다. 예컨대 ‘이총재 방북 유보 옳다’ ‘정치자금 돈세탁은 괜찮나’ ‘인권위 국가기구로 해야’ ‘선관위 고발 12:7’ ‘롯데호텔 파업’ ‘민주당과 박상희’ ‘정치검사’ ‘납북어부 아버지를 그리며’ 등은 모두 쟁점이 된 현안의 핵심을 찌르며 여론을 선도해서 독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이번 주 언론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김대중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였다. 동아일보 역시 이 문제를 목요일 A2면과 A3면에서 다루었다. 전체적인 평가의 내용은 결과적으로 ‘외치는 우수, 내치는 크게 미흡’이라는 전반적인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러한 방향의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동아일보는 개선의 여지가 존재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러한 결론을 얻기 위해 동아일보는 국민 전체의 여론을 조사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조사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외부에 의지했다.

기사에 따르면 전문가 ‘251명’을 조사했다고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조사에 참여한 소위 ‘전문가’의 수일 뿐 목표로 삼은 전문가 집단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응답해 주었는지 등의 문제에는 전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번에 채택한 방식이 어떤 의미에서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권위 있는 정론지로서의 위상에는 걸맞지 않다는 판단이 보다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여론조사가 언론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차제에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유석춘(연세대 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