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분야 : 피플/칼럼
등록 일자 : 2000/11/10(금) 18:41
 
[옴부즈맨 칼럼]유석춘/日유물조작 폭넓은 접근 돋보여
 

대내적으로는 대우자동차와 현대건설의 부실을 정리하는 문제,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혼선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한 주였다. 동아일보의 지면 역시 이러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여 두 가지 큰 주제에 대한 사실보도는 물론 해설기사가 주종을 이루었다.

우선,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해법을 진단하고 있는 A3면의 기획기사는 구성과 내용 그리고 시의성의 기준에서 단연 돋보이는 연재물이다. 97년의 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하여 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 정권의 정책담당자들이 참고할 만한 고언(苦言)이 많기 때문이다. 고언을 제공한 인사들의 비중이나 식견은 물론이고 경제부장과 차장이 직접 인터뷰를 한 형식 또한 기사의 무게를 확보하는 데 적절하였다.

다음,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동아일보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주 내내 미국의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보도를 국제면은 물론 1면에까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처리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 해도 한 주일 동안 미국의 대선 후보 사진이 연속해서 네 번이나 1면을 장식한 사실은 지나친 일이었다. 물론 투개표 과정의 사고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심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지난주 동아일보의 지면 가운데 특별히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깊이 있게 처리되어 다른 신문과 차별성을 제공해 준 기사에 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 다름아니라 일본의 유물조작 사건을 계기로 이와 관련된 문제들을 폭넓게 짚은 국제면 기사들이다. 대부분의 다른 신문은 유물조작을 하나의 사건으로 단순하게 처리해 사건이 발생한 며칠 동안만 집중적으로 보도한 데 반해, 동아일보는 그에 그치지 않고 일주일 내내 관련된 기사를 발굴해 일본 우익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지적하였다.

예를 들면 ‘교과서 왜곡’ ‘일본판 쉰들러’ ‘적군(赤軍)리더’ 등의 기사가 이에 해당한다. 한일간의 현안을 냄비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뚝배기식으로 접근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사회3면의 ‘오늘의 이슈’ 역시 소홀하게 다루기 쉬운 주변의 문제를 기획을 통해 찬찬히 그리고 꼼꼼하게 짚어보는 의미 있는 기사들로 채워졌다.

예컨대 ‘경의선 환경조사 구색만 맞추나’ ‘동해안 무인도, 개발이냐 보존이냐’ ‘교직사회 흔들흔들’ ‘교수채용 혈통주의’ 등의 기사는 모두 관련된 문제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해결방안을 독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자극하는 사회성이 강한 기사들이었다. 기획은 아니었지만 9일(목요일)자 사회면의 “박사과정 유학생에 초등교 성적표 내라”는 제목의 기사도 한국사회의 관료적 병폐를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잘 드러낸 좋은 기사였다.

유석춘(연세대교수 ·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