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것은 지난 몇 주일 동안,
아니 몇 달 동안 우리 국민 모두를 짓누르고 있는 최대의 당면과제였다. 이를 위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주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대표는 물론 지명직 최고위원 일부를 바꾸었고 주요 당직자들도 교체했다. 대폭적인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개편이 내년 1월에 있을 것이라는 예고도 이미 돼 있는 상태다. 집권 후반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권 내부의
노력이 혼신의 힘을 다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일보의 지면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현 정부의 실책을 분석하는 기사가 지난 2주일 동안 보도의 주류를 이뤘다.
가장 눈길을 끈 기사는 ‘인기영합정책’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심층적으로 분석한 21일자 A1면 머리기사와 A3면
전체, 그리고 22일자 A3면 기사들과 사설이다.
이 기획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제기해 형식면에서도 좋았다.
또 인기에 영합한 아르헨티나와 인기에 연연하지 않은 미국의 사례, 그리고 전두환정부 당시의 성공한 경제정책을 독자들이
입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구성도 돋보였다. 정책담당자들의 실무적인 어려움까지 균형 있게 반영함으로써 객관성까지
확보한 설득력 있는 보도 형식이었다.
전두환정부의 경제정책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고 김재익 청와대 수석비서관에 관한 23일자 A5면의 특집기사가
종합면 전체와 사설의 주제로 나올 수 있었던 까닭도 바로 이 기획이 가진 영향력을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된다.
지난 2주일 동안 경제난 극복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정부의 대처노력 그리고 언론의 관심이 이렇게 하나로 모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은 집권 여당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동아일보가 22일자에서 특종 보도한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의 김중권 대표에 대한 평가, 즉 “기회주의자는 포섭 대상일
수는 있어도 지도자로는 모시지 않는다”는 기사는 아직도 위기에 대한 집권 여당의 대처가 손발을 맞춰 진행되고 있지
못함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결국 노장관이 사과함으로써 해프닝성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집권 여당의 후반기 권력누수를
알리는 신호로 보인다.
18일자 A1면과 A3면에 보도된 마약에 관한 ‘심층 리포트’는 동아일보가 사회문제에 강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최근 겪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측면의 혼란이 결국에는 사회를 밑바닥으로부터 붕괴시키는 마약의 확산으로 파급되고 있음을
이 기사는 잘 고발하고 있다. 20일자 사설 또한 마약에 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국가 운영 차원에서 촉구하고
있어 정책 담당자들은 물론 국민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고 볼 만하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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