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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기고…공동체적 전통윤리를 시민사회에 접목해야

"한국적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하여"
한국 사회에서 서구의 '시민사회론'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권력이나 자본의 논리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를 찾고자하는 관심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성숙을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시민단체의 출현과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서구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의 시민사회는 분명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침체된 상태에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공동체적 가치의 차원에서 한국 사회를 보면 다른 어느 사회보다 오히려 상부상조하는 공동체의식이 강력한 사회가 한국사회이기도 하다.

한국 시민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어 내는 역사적 배경을 밝히는 작업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은 그러한 특수성의 근원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화적ㆍ제도적 코드를 밝히고, 그것을 시민운동의 활성화에 접목시키는 작업이다.

지금까지 한국 시민사회의 문화적 기초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시민사회 내의 특정한 가치체계나 생활양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규범적인 판단의 영역에 머물러 왔다. 그리고 그 판단의 기준은 역시 서구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서구인들의 적극적인 자원봉사활동이나 기부와 같은 시민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에서도 얼마든지 기능적 등가물을 찾아 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상부상조의 관행이다.

상호부조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한국 사람들의 사회레??岵?의식과 생활양식 속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 관행은 사람들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사회적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 때문에 한국인들이 지금도 각종 경조사에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자원봉사활동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를 기준으로 시민사회의 문화적 토양이 한국은 척박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의 전통윤리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지향적인 성격을 발견하고, 이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시민사회의 활성화에 접목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시민단체의 자원동원 과정에서 이러한 연고의 중요성은 이미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연세대 유석춘(柳錫春)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