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 홍진표, 릴리의 의문에 대한 답변
2006/07/26 | 유석춘
 
지난 21일 프리존에 올린 나의 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는 조순형 후보를 지지한다’에 관한 보도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성북을’은 이번 재보선의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나의 글에 공개적인 의문을 제기해 관심을 표시한 프리존의 ‘피가로’와 ‘릴리’ 그리고 자유주의연대의 홍진표 위원장에 먼저 감사하며 답변을 드리고자 한다 (이하 존칭 생략).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에 들어가기 전에 이번 재보궐 선거를 보는 나의 입장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전체적인 정치판의 흐름에서 이번 재보궐 선거 및 그 후속결과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에게 의문을 제기한 분들은 이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거나 혹은 생각이 달라 보이기 때문이다.

분명 이번 7/26 재보궐 선거는 지난 5/31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에 있다. 즉 노무현 정권에 대한 또 하나의 중간평가이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는 이미 민심이 노무현 정부와 집권당인 우리당으로부터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음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당의 참패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한나라당이 ‘성북을’에서 당선되지 않는다 해도 우리당이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이 4곳을 석권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성북을’에서 야당인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조금 열려 있다는 측면이다.

이와 같이 이번 재보궐 선거를 읽는 입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큰 이견이 없을 터이다. 따라서 ‘릴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한 석이 감소하는 문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거대 제1 야당이고,  이 한 석을 민주당 조순형 후보에게 내준다 해도 그로 인해 국회 의석의 과반에 모자라는 상황과 같이 결정적인 쟁점이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이후의 상황 전개에 관해서는 시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열린당의 실용파와 민주당이 ‘중도실용’을 내걸고 다시 통합할 가능성이 있다.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조순형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의 입지를 크게 강화할 것이다. 우선, 지역당이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고, 다음, 중도실용이라는 비좌파 노선을 채택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조순형 후보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체성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피가로’의 의심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 그는 왜 우파 운동을 하는 유석춘이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즉 내가 ‘뉴라이트’로 위장한 ‘좌우합작론자’는 아닌가 하는 의심이다.

나는 우파적 노선이 좌파적 노선보다 분명 국가발전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나는 분명한 우파다. 중도나 좌우합작론을 따르지 않는다.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좌파를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박멸할 좌파가 있다면 그것은 북의 주체사상을 수용해 남한을 전복하려는 좌파일 뿐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따르는 유럽식 좌파는 인정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한 국가나 사회에 좌파도 어느 정도는 존재해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된다. 즉 내가 좌파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좌파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는 생각해야 한다. 좌우가 3:7 혹은 4:6 정도로 분포해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우파의 주도권이 확보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이런 입장이 피가로의 입장에선 ‘좌우합작론’으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조순형의 당선으로 민주당이 중도실용을 통해 열우당 일부를 끌어들여 지금의 열우당 보다 오른쪽으로 노선의 클릭 이동을 하는 일이 벌어지면 이는 우파의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지 결코 반대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결과적으로 정치판 전체를 오른쪽으로 끌고 오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피가로’가 가장 걱정하는 결과는 열우당이 민주당을 흡수 통합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나는 이 문제가 조순형의 당선으로 어려워지면 어려워졌지 촉진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열린당의 좌파 정체성을 가진 세력이 노무현을 상대로 탄핵을 주도 했던 조순형의 민주당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가로’의 우려는 정말이지 우려일 뿐이다.

다음 ‘자유주의연대’ 홍진표의 의문에 관해서다. 그는 기본적으로 김진홍 상임의장이나 내가 조순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이번 일이 ‘뉴라이트전국연합’의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첫걸음인데, 왜 하필 뉴라이트 운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민주당의 조순형 후보가 그러한 행동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홍진표 혹은 자유주의연대’의 뉴라이트는 ‘김진홍 및 유석춘’의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는 ‘뉴’라는 말에 방점을 두는 반면, 우리는 ‘라이트’라는 말에 방점을 둔다. ‘뉴’를 강조하면 ‘올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게 된다. 반면에 ‘라이트’를 강조하면 ‘레프트’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 문제는 뉴라이트 운동이 출발할 때부터 쟁점이 되어 결국 ‘자유주의연대’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딴 살림을 차리게 된 중요한 배경이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홍진표 위원장이 ‘라이트’에 방점을 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과 유석춘이 정통보수의 대표인 조순형 후보를 지지하는 까닭을 묻는 것은 또 다른 목적을 숨기기 위한 정치적 술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뉴라이트전국연합’과 ‘한나라당’의 내부인사 그것도 극히 제한된 내부 인사만이 알 수 있는 공천신청 문제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개질의라는 형식을 빌린 일종의 ‘공개음해’ 행위일 뿐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의 상임의장과 공동대표가 조순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지난 번 나의 글에서도 밝혔지만 그가 우파세력 내에서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조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기준에서 노무현 정권의 문제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질과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영태 선생과 같은 분들을 비롯한 많은 우파 논객들이 ‘성북을’에 한나라당이 전략공천을 하지 않았음을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지 않은가.

다음에 인용된 바와 같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발언을 홍진표 위원장은 새겨 보기 바란다. “우리와 생각이 같으면 뉴라이트도 좋고, 민주당이나 국민중심당도 좋습니다. 연대할 것입니다. 열린우리당 의원도 한나라당 노선과 맞아 당에 들어오겠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종교 지도자와 시민단체, 젊은 층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치를 할 테고, 그것에 공감하는 세력을 향해 지지층을 계속 넓혀 가겠습니다.” (중앙일보 2006년 7월 24일 인터뷰)

우파는 뭉쳐야 한다. 한나라당의 우파는 물론이고 민주당과 열린당의 우파도 뭉쳐야 한다. 이에는 물론 과거 좌파를 했지만 지금 우파로 돌아선 사람도 포함된다. 그래야 좌우 대립이 될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서 ‘성북을’의 한나라당 후보 최수영 보다는 민주당 후보 조순형이 보다 크고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07. 7. 24.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유석춘



추고:

이 글을 발표한 후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인터넷 논객의 지적으로 글 내용 중에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홍진표 위원장에 대한 반론 부분에서 한나라당 공천에 관한 정보가 내부의 소수만이 알 수 있는 비밀정보가 아니고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공개정보라는 사실입니다. 이로 인해 홍 위원장의 글에 대해 본의 아니게 “정치적 술수”와 “음해”라는 “지나친” 표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부분에 관한 홍 위원장의 지난 번 글은 필자 및 김진홍 뉴라이트상임의장의 조순형 후보 지지가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 한 분이 한나라당 “성북을” 공천에서 탈락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추측을 독자들에게 전하는 뉴앙스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친” 표현은 바로 이러한 추측이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이었음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2007.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