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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남·북관계 부상하는 '중국변수'-유석춘(연대교수)
북한과 미국의 핵문제를 둘러싼 실랑이를 보면서, 남한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북·미 실랑이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해보기 위해서는 남한의 핵개발과 포기과정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아직까지 이에 관한 공식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를 종합하여 나름대로 비교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유신을 전후로 1970년대 초반에 추진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는 남한의 핵개발 노력은 냉전구조의 붕괴 및 동서의 화해라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태동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1969년 소위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공산권과의 대결을 위한 군사개입을 줄여나갈 것을 천명하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해서 해외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의 규모는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결국 베트남은 1975년 공산화되었다. 베트남을 포기한 미국은 대신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집착하고 있었다.

당시의 이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는 남북대치중인 북한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자체 방위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한에서 미군이 빠져나가면 북한은 손쉽게 군사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한 1970년대 중반까지는 북한이 남한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우위에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므로 당시의 상황은 국내외적인 여건 모두 북한의 남한에 대한 우위가 확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으로서는 베트남식 통일을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 남한의 핵개발 노력은 이러한 국내 및 국외의 불리한 상황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도되었다고 이해하여야 한다. 미국의 정보수집 및 직간접적인 개입과 압력으로 남한의 핵개발은 신군부 등장으로 도중하차하고 만다.

대신 남한은 미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을 기초로 중화학공업화를 통해 방위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로 남한의 경제는 구조적 성숙을 거칠 수 있었고, 그 덕택에 지금은 북한의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닉슨독트린으로 전전긍긍했던 남한과 비교우위에 있던 북한의 최근의 상황은 어떠한가. 30년만에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다. 국제정세 및 내부의 경제적 여건이라는 두 가지 차원 모두에서 남한은 북한에 대해 절대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다. 국제적으로 북한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더불어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닉슨 독트린이 남한을 어렵게 했다면,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은 북한을 어렵게 한 것이다. 게다가 분단국을 통일하는 모델은 베트남에서 독일로 전환되어 버렸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북한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핵개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원하는 결과를 쉽게 얻지 못하고 있다. 90년대 후반 북한이 핵개발을 시도하는 상황은 70년대 초반 남한의 상황과 거의 동일하다. 약 30년의 시차가 남북한을 완전히 역전시켜버린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남한의 유리한 상황이 다시 역전될 가능성은 없는가. 몇 가지 가능한 상황의 전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핵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은 있다. 일본은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햇볕정책도 이러한 방향으로의 상황 전개를 촉진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다음으로 국제정세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현재 정점에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2차대전의 종전부터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70년대에 들어오면서 해체되었듯이,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제2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21세기가 되면 다시 해체될 가능성도 있다. 제1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일본의 경제발전에 의해 도전받았다면, 제2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 도전은 중국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유고의 중국대사관 오폭으로 비롯된 외교적 긴장은 물론이고, 핵기술과 선거자금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 또한 예사로운 상황이 아니다. 시장개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마찰은 이미 해묵은 쟁점이 되어 있다. 만약 21세기에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적·군사적인 대국으로 성장한다면, 북한에도 또 한번의 기회가 올지 모른다. 최근 북한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 강화에 우리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석춘 日同志社大 객원교수 ·연세대 교수>
기사 게재 일자 1999/06/12    |   기사 저장 시간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