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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일본의 신경제 10개년계획
지난 5일 일본 총리의 자문기구인 ‘경제심의회’는 앞으로 10년 동안의 경제운용에 밑그림이 될 ‘신경제10개년계획’을 내각에 제출하고 승인을 요청했다. 도요타자동차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경제심의회 의장 도요다(豊田)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규격대량생산형의 공업사회’로부터 개인의 독창성과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는 ‘지혜사회’로 일본을 탈바꿈시키고, 소비자주권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확립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전후 14번째가 되는 이번 경제계획은 “그동안 일본의 성장을 유지해온 근대공업사회의 규범이 90년대 이후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관과 민의) 협조관계에 중점을 둔 기존의 시스템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또한 “개성과 창조성에 의한 새로운 기술·산업·문화의 등장이 필요하고 동시에 효율성과 경쟁원리의 철저한 추구가 불가결하다”고 지적하여 시장 메커니즘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지혜사회’대비한 비전 제시


이를 위해 시장에 대한 진입의 자유화는 물론이고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공개를 통해 소비자 주권을 확립하는 한편, 정부는 시장의 규칙을 제정하고 사회안전망을 정비하는 등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또한 이러한 사회에서는 개인의 위험부담에 따라 성공의 대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적인 소득의 격차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였다.

더욱이 ‘지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주입식 교육으로부터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으로의 전환이 중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통학구역에 관계없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하며, 나아가서 행정의 광역화에 필요한 지방행정단위의 축소 또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계획은 또한 역대 정권이 정책목표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온 ‘실질경제성장률’등의 경제지표를 단지 ‘참고지표’로서만 제시하고 있으며, 시장경제의 시대를 상징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는 ‘계획’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고 ‘경제사회의 미래상과 경제생성 정책방침’이라는 표현을 채택하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한 일본 여론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많은 신문이 계획 의 기본적인 방향과 내용에 동의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마이니치(每日)신문의 보도가 전형적인 예이다. 이 신문은 발표 다음날 해설기사와 사설을 통해 이 정책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각론 수준의 보완적인 지적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전면적인 비판과 반대는 찾아볼 수 없다. 관련기사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내용은 이 계획이 14년전에 ‘지가(知價)사회’라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쓴 현 경제기획청장관 사카이야(堺屋)의 개인적 발상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흥미위주의 해설일 뿐이다. 마이니치 신문의 가장 강력한 비판 기사는 ‘일본 소프트화경제센터’ 히노시타(日下) 이사장의 반응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는 ‘경제사회의 미래상’이라고 말한 이상 ‘국가의 미래상’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비판한다. 즉 국립대학이나 국립병원 등과 같은 조직을 민영화할 각오는 없이 국민들에게 시장의 논리만을 내세워 소득격차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라고 설교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주장이다. 또한 국가가 방위 혹은 외교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21세기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규정하지 않고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전혀 국가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커질수록 정부조정 절실


이웃나라 일본의 21세기를 위한 노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실을 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비록 불황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세계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일본은 계속해서 정부가 발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평가받고 있다. 비록 그 내용이 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여전히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는 주체는 정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국가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리 시장의 논리가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조정및 기획역할이 필요함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세계화의 요구에 부응한답시고 종합적인 경제개발계획 자체를 포기한 한국의 경우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불필요한 정부의 규제와 개입을 줄이는 일과 정부의 조정능력을 확보하는 일은 분명 별개의 사안이다. <유석춘·연세대 교수·사회학>
기사 게재 일자 1999/07/15    |   기사 저장 시간 1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