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오피니언 스포츠 국제 인물 기획/특집
전체기사  |  지면보기(PDF)  |  네티즌광장  |  내폴더  |  회원가입  | 

- 자녀들 영어고민 ‘끝’

- 전화요금 청구서 이메일로 받자
  사설
  포럼
  시론
  데스크시각
  지구촌전망대
  푸른광장
  오후여담
  여론마당
  취재수첩
기사리스트
[시론]칼럼니스트

홍정기 논설실장
김성호 논설위원
김광원 논설위원
황열헌 논설위원
이신우 논설위원
윤창중 논설위원
박광주 논설위원
김회평 논설위원
해외의 젊은 시각

Jon Wolfsthal
John Feffer
마 샹우
리둔치우
유재상
home > 오피니언
스크랩 돌려보기 프린트
<포럼>
'언론문건'이 해프닝이라니…
검찰은 ‘언론장악’문건 사건을 이상한 몇 사람의 우발적 행동이 결합된 사건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정말 그런 사건이면 얼마나 좋을까. 국가를 위해, 정권을 위해, 언론을 위해, 그리고 국민 각자를 위해 단순한 해프닝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상한 우발적 행동을 한 몇몇 사람만을 처벌하고 우리 각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기초적 의문까지 수사 기피


그러나 의혹은 쌓여만 가고 있다. 사실을 밝히겠다고 제발로 나타난 문일현기자는 왜 파일을 지웠을까. 왜 노트북의 주인인 중앙일보를 첫번째 복구작업에는 포함시켰다가 두번째 복구작업에는 배제하였을까. 왜 두 번에 걸친 노트북의 공수와 관련된 인물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가. 한나라당도 입수할 수 있었던 문기자의 통화내역을 왜 검찰은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가. 왜 이종찬 부총재의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는가.

이 정도의 의문은 이 사건을 접한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던질 수 있는 매우 기초적인 의문이다. 그러나 문건을 폭로한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의문을 던질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언론장악문건의 작성이 여권의 깊숙한 내부와 연계되어 있다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된다면, 이 의문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핵폭탄과 같은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문기자가 작성한 문건의 치밀성과 정교함, 그리고 문기자가 현직기자로 일할 때 보여주었던 명석한 분석력과 정확한 판단력 또한 다음과 같은 추측을 가능케 하는 배경이 된다.

베이징(北京)에 머물던 문기자는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는 복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한다. 잠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 방법은 여권에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장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남길 것으로 판단하고 대신 적극적인 대처의 방법을 모색하기로 한다. 자신이 마련한 대안을 가지고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여권과 접촉하지만, 여권에서는 날로 커져가는 파문을 가라앉히고 정국의 국면을 하루바삐 전환하기 위해, 문기자의 조속한 귀국 및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의 마무리를 요구한다.

고민 끝에 문기자는 원본 하드 디스크를 복사해 여권이 자신을 버리는 경우에 대비한 보험용으로 감추어 놓는다. 그리고는 또 다른 새 하드 디스크에 원본을 복사한 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원본과 사본 모두를 ‘빡빡’ 지운다. 그리고는 복사한 디스크와 원본 디스크를 시차를 두고 서울로 공수하도록 해 마치 검찰의 수사가 원본을 찾아낸 것처럼 꾸민다. 검찰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원본을 찾아냈지만, 결정적인 내용은 모두 지워져 있어 사건을 종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발표한다.

이상과 같은 시나리오를 문기자가 서울로 오면서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와 차단되어 검찰에 머물렀던 6일간이라는 시간은 문기자의 뛰어난 능력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시간이다. 특히 야당의 주장대로 만약 이 사건이 여권의 깊숙한 곳과 연결되어 있다면, 상식을 뛰어넘는 피의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한 검찰에서의 6일간은 그야말로 사건을 짜맞추는 완벽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개탄스럽지만, 검찰의 발표를 국민들이 곧이곧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6일간의 수사결과가 너무나 보잘것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통화내역-E메일 조사 필요


첫째, 문건의 작성 및 폭로를 전후한 시기의 전화통화의 내역이 확인되어야 한다. 통화의 내용이야 녹음이 안되었다면 이 시점에서 확인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누구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래 통화했는지를 국민들은 궁금해한다.

둘째, E메일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본인이 쓰던 컴퓨터의 E메일 기록은 물론 모두 지워졌겠지만, 국내의 상대방이 쓰는 컴퓨터에는 아직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다. 만약 국내의 상대방을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어렵다면 베이징과 서울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서버를 조사하면 된다. 이 작업은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은행계좌를 추적하는 일보다 훨씬 간단하다. 영장을 발부받아 컴퓨터 아이디(ID)에 대한 로그파일을 조사하면 된다.

이 두가지 작업은 검찰의 의지만 있다면 식은죽 먹기나 마찬가지로 손쉬운 일이다.

<柳錫春·연세대 교수·사회학>
기사 게재 일자 1999/11/16    |   기사 저장 시간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