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선 바 보 2002년 4월 1일 월요일 (제4호) 3면
"썩은 곳은 과감히 도려내자!"
- 천재(賤才)유 교수와의 대화

조선바보 창간준비호는 분투하는 꼴보수, 연세대 사회학과 유석춘 교수를 다룬 바 있다. 그는 <MBC미디어비평>에서 서글픈 낯빛으로 출연하여 "안티조선을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없다"고 푸념했다. <조선바보>는 상호간의 정신상태를 위하여 유 교수와의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 널리고 널린 그의 컬럼을 문득 상기시키며 직접적인 대면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하여 조갑제 월간조선 사장을 능가하는 조乙제 조선바보 사장이 유석춘 교수의 텍스트와 친히 면담하였다. 본보는 이번 호에, 인재는 인재지만 천한 인재인, 천재(賤才) 유 교수와의 이너뷰 전문을 실었다.

텍스트에서 따온 부분들은 겹따옴표(")처리했음을 알려 드리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텍스트
조선일보 시론 < '악령'들의 문화혁명> 2001.07.06
조선일보 시론 <감시자로서의 시민단체> 2001.08.09
조선일보 릴레이 기고 <안티의 기존 '정통' 고사작전> 2001.09.11
조선일보 시론 <썩은 곳 과감히 도려내야> 2001.12.16
조선일보 시론 <이러려고 민주화했나> 2002.02.02
조선일보 아침 <계급투표 대 지역투표> 2002.03.18
-편집자

조乙제(이하 '을') : 안녕하신가. 오래간만이다. SBS토론공방에 나와 기염을 토할 때 만나 뵙고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참고로 오늘 이너뷰는 존칭 모두 생략이고 계급장 띠고 주민등록번호 지우고 진행하기로 하자.
유석춘(이하 '유') : 반갑다. 전에 언론탄압 정국 때 했던 토론 프로그램을 보았는가. 나는 그 자리에서 나를 음해하는 세력들의 전모를 밝혔다. 내 홈페이지에서 난리를 치는 홍위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
을 : 떨 거 없다. 본인은 가만히 앉아서 정권의 홍위병이 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신의 가치관이 의심스럽다.
유 : 아니, 당신도 홍위병이란 말인가.
을 : TV를 통해 당신의 호들갑을 지켜보았다. 이문열이 뭐라뭐라 하니까 일부러 여유만만하게 파안대소하여 카메라에 접근하게끔 유도하더구만. 그리고 당신과 이름이 비슷한 유시춘 씨가 미당 서정주의 시를 읽는데 "알아요, 알아. 읽을 필요 없는데"하며 상대를 무시하는 당신의 모습에 구역질이 났다. 나는 사람 잘 생기고 못 생긴 건 가리지 않는데, 그래도 유 교수의 답답한 마스크를 보면 도저히 TV화면에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방송에 출연하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유 : 내가 좀 스타 기질이 있지.

유 교수의 스펙트럼은 어디인가.

을 : 어쨌건 그건 개인의 싸가지로 돌릴 일이고……스스로가 평가하는 유 교수의 사상 및 철학은 어떤 것인가.
유 : "소위 '진보'로부터 '꼴보수라는 평가를 받"지만 "어떻게 평가하든 신경쓰고 싶지 않다. 서구의 개념으로 보면 신자유주의가 보수라고 볼 수 있는데, 나는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다. 나는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고, 그것을 활용해서 한국사회의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을 보수라고 본다면 보수주의자가 맞다. 나는 최근 누구보다도 정부의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혁적이다. 그런데 내가 영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보수라고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을 : 제법이다. 몰라보게 똑똑해졌다. 하지만 당신은 신자유주의보다 더 보수적이다. 당신은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면모도 갖추지 못했을 뿐더러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강력한 옹호도 한적이 없다. 박정희 옹호론자가 어찌 보수주의의 기본 미덕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는가. 당신을 보수라고 불러주는 것만해도 사치라고 생각한다. '꼴'자를 넣어서 당신을 불러주는 게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 교수는 보수라기보다는 반개혁이라고 본다. 보수와 개혁은 대비개념이 아니다. 보수=반개혁은 성립할 수 없다.
유 : 김대중 대통령 옹호를 하면 "개혁의 전위"고, 나처럼 "'박정희 살리기'를 시도하면 반개혁이란 말인가?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판하면 반통일수구이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비판하면 통일을 앞당기는 개혁이"라는 말인가?
을 : 아직 초반인데 벌써 그렇게 헛소리를 하면 어쩌는가. 그러면 박정희와 김일성을 모두 비판하는 나 같은 사람은 뭐란 말인가. 그리고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당신과 당신을 상종하는 유의 사람들은 '박정희 살리기'를 시도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시도에 좋다고 화답한 적이 있다. 박정희기념관 문제 말이다. 나는 그때 국민정부의 얼빠진 역사의식을 비난했다. 당신의 시각대로라면 한 사람이 동시에 개혁과 반개혁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기본적인 논리 공부는 안하나? 조금 더 공부해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유 : 당신은 "악령"인가. "이승만과 박정희를 부정하"는 "악령들이 우리에게 남겨 줄 유산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아……
을 : 왜, 어디 배라도 아픈 건가? 남겨 줄 유산? 당신은 아직도 유산 타령하는 모양인데 그것 참 해롭다. 형제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유산 유산하고 다니면 가문이 파괴된다. : 유산을 남겨 줄 것을 강요하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남겨 줄 것은 살기 더러운 시대가 아닐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긍정하는 사람이라면 이승만과 박정희를 부정하는 게 당연한 것을 알고 있다. 우리조선일보반대연세임모임에서 '보수주의자 검증 토론회'라도 개최를 해야겠다. 요즘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이 워낙 왱왱거리고 다녀서 말야……

편가르기 사회


유 : 우리조선일보반대연세임모임? 이것도 "그 무슨 '안티 어쩌고'하는 운동이 갖다 준 유쾌하지 못한 결과다."
을 : 한심한 사람아. 안티가 나왔으면 그게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할 게 아닌가. 그러는 당신들은 명색이 나라의 목표가 계속 '반공'이 되어야 한다고 떠들지 않았나? 반(反)의 개념이 국시가 될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가.
유 : 사실은 "'안티 어쩌고'하는 것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말이다, "그것을 사회적 소수집단이 현실을 풍자하는 방식으로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있었거든.
을 : 근데 뭐 어쩌라고? 즐거운 마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마음을 가지시던지. 그리고 어쩌고 어쩌고 하는 표현 좀 그만두시지. 안티 다음에 도대체 뭐가 들어가는거야. 안티 DJ? 안티 창? 안티 HOT? 전에도 증거도 없이 시민운동단체를 홍위병으로 매도하더니 이제 아예 어쩌구 용법으로 들어간 셈인가 보군.
유 : 우왁! "정통과 이단이 공존해야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는데, 당신은 심각한 앵똘레랑스를 저지르고 있다!
을 : 정통과 이단? 누가 정통이고 누가 이단이란 말인가. 이단이면 화형인데……^^ 그리고 이단도 이단 나름이다. 나름대로 문학적 표현을 이끌어내리기 위해 이단을 들먹거린 것으로 이해하겠다. 하지만 당신과 같은 부류들은 한국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이단들이었다. 독일 헌법수호청 같은 데서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을 공직 생활 못하도록 막는다.
유 : 이런. 한국사회는 정말로 "소수와 다수 그리고 정통과 이단의 공존이 불가능한 사회인가?"
을 : 그러게 말이다. 똘레랑스에는 전제가 깔린다. '공존을 저해하는 자는 공존에 온전히 참여시켜줘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죄수를 함부로 풀어주는 게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다. 내가 알기로 이른바 '개털'로 불리우는 째째한 범죄자들은 웬간하면 받은 벌 다 채운다. 하지만 조선일보 방 사장은 단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보석에서 풀려났다.
유 : 조선일보를 왜 또 들먹이는가 "이단으로 바뀐 신문을 공격" 하겠다는 심산이 아닌가. 이것 봐라. "'안티 어쩌고'가 먼저 나서서 이른바 개혁을 이야기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을 : 그렇게 헛소리하고도 뒤통수 멀쩡하게 학교 잘 다니고 있을 정도로 당신은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니 제발 안티 다음에 어쩌고라는 낱말은 좀 치워주었으면 좋겠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안티'를 우습게 보지 마라. '무엇이다'라는 명제도 있지만 '무엇은 아니다'라는 명제도 있다. 아닌 건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아니다. 조선일보가 언제 여러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나가려고 했나. 좌파는커녕 자유주의 마저 용납 못해서 빨갱이라고 사냥을 하려 하지 않나, 김동성이 태극기를 떨어뜨렸다고 만평 그려서 욕보이질 않나. 나는 유 교수가 신문에서 '썩을 곳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조선일보를 도려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나는 당신이 그것을 실천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안했으면 좋겠다. 유교수가 권영해 씨처럼 자기 배를 그어 버려서 "썩은 곳을 과감히 도려내"려는 시도를 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에다. 그런데 권영해 씨가 자해소동 때 썼던 칼이 혹시 도루코 칼인가. 사시미 칼인가.
유 : ……

민주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 쭈우욱~

을 :
농담이다. 쉬어가보려고 해본 소리다.
유 : 그런 재미있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이다니. "이러려고 민주화했"냐!
을 : 계속 밟은 거 같아 한번 풀어주려고 한 시도를 가지고 그렇게 성을 내다니. 정말로 민주화는 요원한 거 같다.
유 :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며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한 사람들이나 "투표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던진 보통 사람들"은 "지금의 정국을 보며 실망과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있다.
을 : 그렇다. 그러므로 화끈하게 민주화를 추진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은 조선일보 같은 수구세력과 화끈하게 한번 붙었어야 하는 건데 초반부터 빌빌 싸면서 알아서 기었다. 맞다. 이러려고 민주화했나. 그런데 한가지 개인적으로 걱정되는 건 더 민주화가 되면 유 교수도 교수직 유지 못할텐데. 민주화라는 게 누누이 말했지만 "썩은 곳을 과감히 도려내"는 게 아니던가.
유 : 남 걱정하지 마라. "개혁의 주체"들 모습이 "초라할" 뿐이다.
을 : 맞다. 오늘 정말 많은 의견일치를 보는 거 같다. 멍청한 수구세력들 밀어내지 못하는 개력의 주체들이 정말 초라해보인다. 유 교수는 영남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도 영남 사람이다. 영남 사람들 구호로 한번 외쳐볼까? 개혁의 주체들이 와 이리 추리하노!
유 : 개혁의 주체들이 와 이리 추리하노!
을 : 개혁의 주체들은 마 수구세력을 개혁해뿌라!
유 : 개혁의 주체들이 마 수구세력을 개……이런. 지금 장난하자는 건가.
을 : 난 재미있는데 왜 자꾸 신경질이냐.
유 : "양 김씨가 상징하는 두 번의 민주화된 정권이 결국 모두 이렇게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을 : 옳소. 마무리되기 전에 빨리 개혁세력이 제 힘을 발휘해야지.
유 : "이제는 왜 민주화를 했는가를 자성해야 할 때"라는 걸 알아둬라. "또다시 죽 쒀서 남주기"싫으면.
을 : 걱정을 하덜덜 말아라. 유 교수. 당신은 No soup다. 국물도 없다는 말이다. 당신한테 국물 안 돌아가도록 할 테니 교수 연구실에서 건더기나 먹던지 해서 자기 일이나 충실하게 하기 바란다. 괜히 엄한데 줄서서 희희낙낙하다가 욕 먹고 신세 망치지 말고.

송복 교수를 능가하기를 기다리며.

유 : 안된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흐흐흑……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터"에 이 바닥을 떠나면 한국의 장래가 위태롭다. 나는 구국의 결단을 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을 : 혹시 그 구국은 나라는 구한다는 구국(救國) 이 아니라 , 헌 나라나 때낀 나라를 추구하는 구국(舊國)이 아닌지 궁금하다. 시민단체가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해? 시민단체들이 조선일보의 나팔수라도 되었다는 말인가! 아! 자유시민연대나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시민과 함께하는 대학생연대 같은 애들은 그런 짓을 하지. 하지만 걱정 말라. 성실한 시민단체가 더 많다. 정통과 이단을 운운하는 당신 같은 사람이 시민단체의 정통과 이단을 헷깔려하면 곤란하지.
유 : 당신은 "시민운동의 '관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가. 시민운동의 중립성과 치열함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약화"되고 있는 시민운동의 모습이……
을 : 울지 마라. 주한미군부대 앞에서 알라뷰 미군 시위한 인간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 교수는 그쪽 계열 단체를 향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을 하지 않는 거 같다. 유 교수는 관변화를 넘어서 대변화가 되어 가는 거 같다. 똥이란 말이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에서 신문을 집어들다가 실수도 유 교수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앗, 똥 밟았다!"고 하는 것도 같다.
유 : 말 조심해라. "시민단체들이 정부의 '홍위병' 아니냐는 의혹이 재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을 : 오늘 대담하면서 계속 똥 밟은 기분이다. 홍위병만 있나. 그쪽은 똥위병인가. 그런데 방금 그 말은 유 교수가 했던 말 아닌가. 자기가 해놓고 자기가 다시 받아 적은 건 무슨 심보인지 알 수가 없군. 말 앞에 수레 놓고 또 그 앞에 말 놓고 수레 놓고 하는 건가. 전에 이인화 교수도 자기분열해서 자기가 쓴 작품 자기가 평론한 적이 있었다. 유 교수도 사회학계의 이인화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 아무튼 유 교수야말로 말 조심해라. 수레도 조심하고.
유 : 뭐라하든 개의치 않는다. 나는 "개혁의 탈을 쓴 권력의 홍위병을 저지"하고야 말겠다.
을 : 이런, 스스로가 스스로를 저지하겠다니. 정말로 대단한 의지를 가진 지식인인 거 같다. 그래도 자기 자신을 너무 자학하지는 않기를 바라겠다. 요즘 보니까 민주당 경선을 보면서 '계급'이라는 표현까지 이용해서 컬럼을 쓰던걸. 언제 그런 공부를 하였는가. 감탄했다.
유 : 노무현 후보는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의 서민층을 대변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를 대안으로 내세우는 건 "계급 투표에 기초한 투표행위"를 희망하는 것이다.
을 : 으이구, 역시 공부가 짧군. 자네의 의도를 미리 짐작하자면 노무현=프롤레타리아(혹은 노무현지지=프롤레타리아 혁명)쯤으로 놓으려는 모양인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 대신에 그래도 국민들 생각하며 정정당당하게 배운 걸 억지로 써먹으려니 현실이 굴절되어 보이기 마련이다.
을 : 어쨌건 "야당 역시" "하루 빨리 '포지티브'한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을 : 좋을대로. 요즘 야당이 여론조사에서 계속 깨지고 있어서 가슴이 미어질 것으로 사료된다.
유 : ……
을 : 계속해서 쫑코를 먹였는데 마음이 아프다. 격려의 차원에서 덕담을 하고 이너뷰를 마칠까 한다. 부디 열심히 정진해서 꼭 스승인 송복 교수를 능가하는 꼴보수가 되기를 바란다. 옛말에 청출어람(靑出於藍) 이 청어람(靑於藍)이라고 했다. 욕 봤다.


<조선바보> 편집위원 김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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