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세 춘 추 1987년 5월 18일 월요일 / 제1071호 (3면)
<두번째>

격동의 현대한국사회가 보여주는 특징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회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중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바 틀림없다고 간주되는 국가의 성격에 관해 지금까지 어떠한 이론적 접근과 연구의 성과가 있어 왔나를 정리하고, 이에 따른 기존 논의의 쟁점을 부각시켜 앞으로의 연구방향과 과제를 나름대로 제시해 보는 것이다.

국가에 대한 관심의 고조 배경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제 3세계 연구자들간의 국가에 대한 관심의 고조는 크게 두 가지 학문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하나는 30년대의 대공황을 케인즈적 국가개입정책으로 극복한 서구선진자본주의 사회가 1960년 이후 나타난 새로운 위기를 다시 국가의 개입정책으로 벗어나보려는 현상에 주목하여 신맑스주의자들이 설명한 국가의 자본가 계급에 대한 상대적 자율성개념의 등장이다.
정통맑스주의자들이 경제적 토대와 상부구조의 기계적 관계법칙에 따라 국가기구를 기본적으로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지배도구라고 인식하였는데 반하여 신맑스주의자들은 국가를 경제적 하부구조의 단순한 피조물이 아닌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권력체계로서 범주화하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국가의 경제현상에 대한 간섭은 이와 같은 국가의 상대적 자율성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지배세력 즉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익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둘째는 서구 선진자본주의 사회의 경험에 바탕한 발전이론 (근대화 이론)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제 3세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근거를 두고 등장한 다양한 저발전 이론들이 대부분 국내외적인 경제현상과 그에 따른 계급관계에만 분석의 촛점을 맞춤으로써 제 3세계 사회에서 개발현상에 독립적인 국가의 역할에 관해서는 만족할 만한 성격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저 발전 이론들이 제 3세계 국가에 관해 독자적인 연구영역을 설정하지 않는 이유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관한 고전적 맑스주의 시각 즉 제국주의 이론을 단지 제 3세계적 상황으로 옮김으로써 경제적 환원주의를 답습한데 기인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인식은 제 3세계 국가에 대한 성격규명의 전제조건으로서 선진자본주의 사회의 변동과는 그 구고적 맥락을 달리하는 제 3세계적 사회변동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제 3세계 국가가 국제자본주의 환경하에서 차지하는 대내외적인 구조적 위치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즉 제 3세계 국가가 한편으로는 세계 자본주의 체계와 어떠한 관련하에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사회구조가 자본주의 체계에 편입되어 산업화 과정에 들어감에 따라 새로이 부침하는 여러 가지 사회적 세력들과는 어떠한 관련하에 사회변동에 참여하게 되는가를 따져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대외의존적인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과실의 분배과정에서 국가에 의한 통제, 조정기능이 다른 어느 사회보다 두드러진 점을 감안한다면 국가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분석이 현대 한국사회 연구의 중심과제중의 하나로 부각됨은 당연하다 하겠다.


현대한국사회의 국가연구 현황
앞에서 살펴본 문제의식하에 한국사회의 국가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채택된 이론적 틀은 어떠한 것들이 있으며 그에 따른 구체적 연구의 업적은 무엇인지 간략히 검토해 보자.

< 과대성장 국가론 >
알라비 (H. Alavi)에 의하면 제 3세계는 식민지 통치의 유산으로 인해 실무구조로서의 국가기구가 과잉 발전하여 있고, 독립 후에는 정치발전의 촉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과대 성장한 국가기구가 생산활동에 직접 참여하게 됨으로써 국가의 자율성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제 3세계 국가의 자율성은 서구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의 단일 헤게모니를 바탕으로 하여 지배층 전체의 이익에 기능하는 개념인 상대적 자율성기기 보다는, 토착자본가, 해외의존자본가 및 지주 등으로 구성되는 경제적 지배 세력 중 어느 것도 배타적 지배계급으로 등장 할 수 없는 제 3세계적 계급구조의 틈바구니에서 과대 성장한 국가기구의 구체적 담당자인 군부와 관료들이 누리는 상대적 자율성의 개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는 한국국가의 자율성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는 최장집이다. 그는 알라비의 과대성장 국가론에서 기본적인 분석의 틀을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해방 이후의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비추어 재점검해 봄으로써 한국사회의 국가가 국내의 계급적 지지기반 없이 어떻게 하여 거의 절대적인 자율성을 갖게 되었나를 설명하고 있다.
즉 그는 사회적 계급분화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군정에 의한 정부의 수립은 무엇보다도 먼저 한반도의 38선 이남 지역에 동북아지역에서 팽창하는 공산세력을 제어할 반공의 보루를 구축할 전략적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 총독부 관료근거의 부활, 일제하 한국인관료와 경찰의 재임용, 그리고 일제하 경찰조직의 부활을 통하여 고도의 강권력을 행사 할 수 있는 거대하고도 강력한 국가기구를 수립하였고. 이는 다시 6.25의 경험을 통한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고 분석한다.
한편, 이와 같은 거대한 국가기구의 성장은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정당화되지 못하고 외부적으로 강요된 자본주의와 반공의 원리를 축으로 한 국제환경의 소산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국가권력의 정치균열의 구조를 조건 지웠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서 그는 이와 같은 균열은 종속적 사업화가 심화되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노동자 계급의 이익분배 요구를 권위주의적으로 통제하는 국가조합주의의 등장으로 보다 명확히 드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 종속적 발전론의 국가연구 >
과대성장 국가론이 제 3세계 사회내부의 계급적 미분화 현상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하고 있는데 반하여 카르도소(Cardoso)와 에반스(Evans)등에 의해 주장되고 있는 종속적 발전론에 있어서는 제 3세계가 대외적으로 해외자본주의 세력과 어떠한 관련하에 있으며 이의 내부적 결과는 무엇인가에 국가론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중심부 국가의 자본가 계급과 주변부 국가의 지배계급 사이에는 공통된 이익이 존재하며 이의 결과로 '종속적 발전'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부 국가는 해외자본가와 국내자본가를 연결하여 주는 삼자동맹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주변부 국가의 대내외적 위치는 해외자본가와 국내자본가의 계급연합에 대해 상당한 정도의 자율성을 국가가 갖도록 해주는 구조적 근거를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각은 2차 대전 이후의 동서체제의 갈등과 자본주의 중심부의 다원화는 주변부 국가들이 정치 경제적 교섭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외부적 여건을 조성해 주었기 때문에 주변부 국가가 경제발전을 추구하는데 있어 중심부 자본과 그에 결탁한 국내세력들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게 하여 주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하여 한국사회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루어진 경제적 축적의 과정을 국가의 주도적 역할의 결과로 파악하는 구체적 작업은 임현진 김성국 등의 연구업적에서 발견된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특수성으로서 국제경제적 분업구조의 영향에 덧붙여 국제정치, 군사적 분업구조의 영향을 강조하며, 이와 같은 특수성으로 인하여 한국국가는 다른 제 3세계 국가들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국제 자본주의 체계에 대해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결과 한국국가는 토착자본가와 제휴하여 다국적 기업의 직접 투자보다는 공공 상업차관과 같은 간접차관과 같은 간접투자에 의존하며 종속적 발전을 주도하여 한편으로는 허약한 국내자본가를 보호육성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국적 기업의 활동을 견제하면서 기업가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한국의 종속적 발전의 유형은 남미에서 국가가 다국적 기업의 활동을 방임 내지 보호한 종속적 발전의 원형과는 특색을 달리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 조합주의와 관료적 권위주의 국가론 >
앞의 두 가지 관점과는 달리 제 3세계 국가의 성격과 역할을 시민사회와 국가의 조직원리를 중심으로 파악해 보려는 입장이 조합주의 및 이의 한 구체적 형태로서 관료적 권위주의 이론이다. 슈미터(Shmitter)는 조합주의를 시민사회의 사적인 이해들이 국가에 의해 매개되는 이익대표원리의 한 특수한 양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조합주의는 이익단체를 구성하는 단위들이 제한된 수로 단일하며 강압적이고 질서 지어져 있는 한편 기능적으로 분화된 범주에 따라 조직된 것으로 개개의 구성단위는 지도자의 선출과 요구 및 지지의 표출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준수하는 대가로 국가에 의해 인가되고, 각개의 범주에서 구성원의 이익을 대표 할 특정적인 권리를 부여 받는 이익대표 체계의 한 유형으로 정의된다.
이와 같은 조합주의는 다시 융합적 조합주의와 배제적 조합주의로 구별된다. 융합적 조합주의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노동자 농민들의 민중 부분을 활성화시켜 그들의 이익을 정치, 경제적 영역에 반영하는 것이고, 배제적 조합주의는 민중 부분의 활성화를 강압적 수단을 통해 정치경제적 영역에서 봉쇄하는 것이다.
오도넬(O'donnell)에 의해 체계화된 관료적 권위주의 이론은 위의 두 가지 조합주의의 형태중 후자의 경우에 해당한다.
그에 따르면 남미에서의 산업화 과정이 단순소비재 생산으로부터 중간적 자본재의 생산으로 이행됨에 따라 이에 부응하는 기술, 경영능력 및 자본의 집중이 요구되는데, 활성화된 민중부분의 정치경제적 참여는 산업구조의 심화를 방해하므로 융합적인 정치체계로부터 배제적인 정치체계로 전환하게 되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군부와 기술 관료가 결탁하여 억압적인 관료적 권위주의 국가를 탄생시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하게 된다고 설명하였다.

국독자론 따른 국가론은 경제결정론적이고
주자론 따른 국가론은 국가의 위상 불명확

이와 같은 시각으로 우리사회의 국가의 성격을 규명한 시도로는 한상진과 최장집의 업적이 대표적이다. 한상진은 1972년 10월 유신이 한국에서 관료적 권위주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 근거로는 유신 당시의 한국사회에서 첫째 생산구조의 심화가 내수중심이 아닌 수출 중심의 해외의존에 의해 이루어졌고 둘째, 이에 따라 산업화의 수준이 비교적 높아져서 새로운 사회조직의 원리가 요구되었고 셋째, 새로운 사회조직의 원리가 민의에 의해서보다는 관료중심의 기술합리성에 의해 탈 정치화 되었고, 넷째, 그 결과로 민의를 대변하는 제도나 활동 등이 억압되는 민중부분의 배제가 일어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배제는 사회안정이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안보에 대해 필수적인 조건이라는 지배이데올로기로 뒷받침되어 군관연립의 권위주의적 정부가 탄생되었다는 점이다.
한편 최장집은 한국국가가 지난 수십년동안의 산업화 과정에서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한 노동자 계급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 혹은 동원할 수 있었나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서 그는 앞에서 살펴본 한국의 과대 성장국가 현상에 권위주의적 국가조합주의의 분석틀을 접목시키고 이를 다시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비추어 설명하고 있다.
즉 과대 성장한 국가, 낮은 정도의 사회적 양극화, 수출지향적, 노동집약적 산업화 전략, 그리고 유교문화적 전통의 요소가 모두 강력한 국가와 약한 노동간의 관계를 구조화시키고 정치적으로 유순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작업능력을 지닌 유능한 노동력을 국가가 효과적으로 동원 혹은 통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한국사회 국가연구의 과제

이상의 논의들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연구방향은 급속한 한국의 종속적 산업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계급의 분화와 그에 따른 계급이익의 표출과 갈등을 한국의 국가가 어떻게 매개하고 있느냐에 대한 설명의 시도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과 연결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전통사회의 구조가 현대 한국국가의 성격에 어떠한 유산을 남겨 놓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된다.
말을 바꾸면, 자본주의라고 특징 지워지는 현대세계의 보편성과 한국사회의 국가의 역사적 특수성이 어떻게 결합되어있느냐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먼저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자본주의의 성격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자. 이는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대립된다. 박현채 등은 한국사회가 자본주의의 보편적 발전법칙에 따라 국가 독점자본주의의 특징을 보여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데 반하여, 이대근 등은 현대 한국사회는 서구 자본주의의 발달과는 유형을 달리하는 주변부 자본주의의 특징을 나타낸다고 주장한다.
즉, 전자의 입장은 한국사회에서의 자본주의의 성립과 발달을 일국중심으로 이해하며 한국사회에서도 자본주의가 산업, 금융, 독점의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그 내부적 계급 모순을 국가의 역할에 의존하여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후자의 입장은 한국 사회에서의 자본주의의 성립과 발달을 중심으로 주변의 구조적 결합으로 이루어진 세계적 규모의 자본주의의 팽창의 결과로 이해하여 주변부 사회로서의 한국사회에 나타나는 자본주의의 종속성, 파행성, 그리고 특수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전자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단순화시키면 현대 한국사회의 본질을 전자본주의적 사회구조로 끊임없이 전환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국가의 성격과 역할을 이러한 변동 특히 계급구조의 변동의 부수적인 산물로 이해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후자는 현대 한국사회의 본질을 비자본주의적인 주변부 사회의 특징에 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침투한 중층구조로 파악하기 때문에 국가의 성격과 역할을 반드시 자본가 계급의 이익실현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수물로서 규정하지는 않게 된다.
위 두 입장의 차이는 현대한국사회의 국가의 성격과 역할을 규정하는데 많은 시사를 하여 준다. 전자의 입장을 따르면 국가론은 결국 계급론 혹은 경제결정론으로 환원되는데 반해, 후자의 입장을 따르면 자본주의가 강요되기 이전의 사회구조와 자본주의적 사회구조의 결합 혹은 혼재 속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가가 국가론 연구의 주된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
현대 한국자본주의의 성격 규정에 관한 이와 같은 맑시즘내의 논쟁은 최근 박광수에 의해 한국사회에 있어서의 국가가 지니고 있는 제 특성이 과연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지닌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만 형성되는가 하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즉 한국사회의 역사적 특수성은 무엇인가 하는 관심으로의 전환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앞에서 살펴본 최장집, 임현진, 한상진의 과대성장국가론, 종속적 발전의 국가론, 조합주의와 관료적 권위주의 국가론 등에 의거한 연구에서 부분적으로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수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들이 분석의 기본틀로서 차용한 이론들이 모두 남미와 동남아시아의 경험에서부터 탄생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의 국가론 연구의 과제는 전통사회구조의 보다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것이 종속적 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본주의적 계급구조와 어떠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속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규명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점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한국사회 특유의 현실에 바탕을 둔 이론화 작업이 무엇이었나를 찾아보면 그 성과는 매우 빈약한 것으로 판단된다. 헨더슨(G. Henderson)의 <소용돌이>이론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전통사회를 분석한 틀은 모두 서구에서 발생한 이론적 준거에 의존하여 왔던 것이 솔직한 판단이 될 것이다. 한국전통사회에 관한 이론화 작업의 빈곤은 최근 체제변동의 문제제기에 의해 반영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특히 베버 (Weber)나 제이콥스(Jacobs)등에 의해 제시된 동양사회에 대한 특징, 즉 일찍이 발달한 중앙집권화된 관료제의 영향으로 지방분권적인 사회구조가 형성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사회적 세력 혹은 집단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용인하지 못하는 관료 엘리트 중심의 하향적 사회통제구조가 동양사회에서 지배적이었다는 설명이 한국전통 사회의 구조와 그에 따른 유산이 현대 한국사회의 국가가 종속적 자본주의적 발전을 수행하는데 어떠한 관련성을 맺고 있나를 이해하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