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3면) 1998년 3월 31일
 
최근 우리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권위주의적 통치가 민주화로 대치되면서 사회 각 집단의 억압된 이해와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하여 비등점을 향해 끓고 있다.
사회의 여러 다양한 집단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들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조정과 통합의 기능은 미처 준비되지 못하여 서로간의 갈등과 대립이 아무런 제도적 여과장치 없이 원색적인 모습으로 난무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생중계된 청문회의 모습을 그 축소판으로 상정해 보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와 같은 대립과 혼란의 배후에는 그것들을 규정짓고 있는 기본적인 갈등의 축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 하나가 지역의 갈등이다. 勞資갈등이 산업사회의 심화과정과 동반하여 나타나는 사회구조적인 갈등이라면, 지역갈등은 전통사회의 연고주의가 부활하여 나타난 사회심리적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분석적으로는 그 차원을 전혀 달리하여 규정할 수 있는 이 두 종류의 갈등이 한국사회의 현실에서는 상당한 부분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서 이 두 종류의 갈등은 서로가 서로를 유지시키고 강화하고 갈등의 심도를 증폭시키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한국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전혀 다른 두 종류의 갈등이 동시에 존재하며 또한 중첩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설명은 최근세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쉽게 발견된다. 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 정책은 산업입지조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서울과 경기 그리고 경상도 지방에 산업투자를 집중시켰으며 여타의 지역은 주로 산업화 과정에 필수적인 값싼 노동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염가의 농산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와 같은 지역간의 기능분화는 인구의 대규모 이동을 필연적으로 동반했다. 서울 경기와 영남의 부산 대구를 중심으로 한 공업지역에서는 산업시설이 급속히 확충되었으며, 이를 움직이는 노동력은 그 지역은 물론 전라 강원 충청의 기타지역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충원 받게 되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산업화 과정 즉 전략적으로 특정한 지역에 산업화를 편중시킨 과정은 결과적으로 산업사회의 쌍생아인 자본과 노동이라는 두 사회적 세력이 지역적으로 편중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회에서 지역갈등과 勞資갈등이 상당한 부분 중첩되어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와 같은 최근세사의 경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지역간의 경제적 차이가 60년대 이후 共和黨정권에 의해 추진된 경제개발 정책에서 비롯되었으며 지역감정은 이 과정에 동반하여 움터오다가 80년대에 들어오며 급속히 팽창한 민주화 요구와 光州사태등과 같은 정치적 굴곡을 겪으면서 심화되었다는 조사결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한국일보 신년호 참조)

嶺南은 受惠지역    경제발전의 수혜지역, 손해지역

지역간에 경제적 차이가 형성되어 있다는 의식은 경제발전의 과정에서 가장 이득을 본 지역과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가장 이득을 본 지역에 관한 문항은 전체응답자 가운데 경상 41%, 서울-경기 31%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지역으로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모르겠다- 26%)
따라서 응답자의 대부분은 경제발전의 혜택이 특정지역 즉 영남과 서울-경기에 편중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다시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살펴보자.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영남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66%)이 급격히 증가하는 반면 서울- 경기지방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15%)은 급격히 감소한다.
한편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자신의 출신지역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31%)이 상대적으로 낮고 서울 -경기 지방이 이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40%)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지역 출신들은 국민전체의 생각과 거의 같은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응답의 유형은 각 지역 출신들이 경제적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 그 준거가 되는 지역으로 어떤 지역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즉 고향이 전라도인 사람들은 경상도를, 고향이 경상도인 사람들은 서울 -경기를 각각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의 혜택을 많이 받은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국적으로 보아 영남지방과 서울-경기 지방만이 경제발전의 혜택을 받고 나머지 지역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는 생각에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의견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에 관해서는 경제발전 수혜지역의 응답 유형과 대칭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응답자중 전라 46%, 강원-충청 10%이며 나머지 지역으로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여서 전라도에 대한 경제적 차별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모르겠다 40%)
이 결과를 다시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재 분류하여 살펴보아도 대부분의 지역 출신 사람들은 전라지방이 경제개발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전라지방 이외의 손해를 본 지역으로는 강원-충청 지방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향이 호남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출신지역이 절대적으로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73%), 같은 비수혜지역인 강원 -충청이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3%) 하지만 고향이 강원- 충청인 사람들은 전라지역과 함께 자신들의 출신지역이 같은 비율로 (27%)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향이 경상도인 사람들도 호남이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39%)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경제발전과정에서 가장 손해를 본 지역은 호남지역이라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와 같은 생각에는 경상도 사람들도 별 이견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江原, 忠淸도 손해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과 생활수준이 낮은지역

지역간에 존재하는 경제적 차별감은 생활수준에 관한 인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중 38%가 경상, 21%가 경기라고 대답했고 나머지 지역으로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모르겠다- 35%)
이를 다시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재 분류하여 보아도 각 지역별 결과는 전체적인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고향이 전라도인 사람들은 경기지역의 생활수준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14%) 영남지역의 생활수준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56%) 반면에 고향이 경상도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출신지역의 생활수준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28%) 이 결과는 앞의 수혜지역에 관한 문항의 응답결과와 상응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전라도 사람들은 경제개발의 혜택을 경상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생활수준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반면 경상도 사람들 중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 것이다.
한편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생활수준이 낮다고 생각하는 지역을 꼽아보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중 30%가 전라를, 26%가 강원-충청이라고 대답했고 나머지 지역에 대답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 38%)
하지만 이를 다시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재 분류하여 보면 전라도 출신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전라지역 보다는 강원-충청지역의 생활수준이 가장 낮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강원-충청출신사람들은 전라지역 보다는 (13%) 자신의 고향 지역의 생활수준이 가장 낮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44%).
다만 고향이 전라도인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강원- 충청지역 보다는 (13%) 자신의 고향지역(61%)이 가장 생활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활수준의 높고 낮음에 관한 응답경향은 경제개발의 수혜여부에 관한 응답경향과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즉 전반적으로 서울 -경기 및 경상도가 혜택을 많이 받아 생활수준이 높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비수혜 지역으로서 이들 지역 출신들은 모두 각자의 고향지역이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여 생활수준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비수혜 지역 출신들 중에는 특히 호남출신들이 자신들의 고향이 경제적 혜택을 받지 못하여 생활수준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가장 강하다.



政策차별이 원인   지역간 경제적 격차의 원인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은 경제적 차별감에 대한 국민의식은 지역간 경제발전 차이의 원인에 관한 문항에 대한 응답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전체응답자의 64.5%는 정부정책의 지역적 차별이 원인이라고 응답한 반면, 산업입지조건의 차이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15.3%, 주민의 특성차이 때문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13.3%로 각각 나타났다. (무응답 4%) 이는 전체응답자의 절대과반수 이상이 정부의 정책적 차별로 인해 지역간의 경제적 차이가 존재하게 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결과이다.
하지만 이를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재 분류하여 살펴보면 각 지역 출신들간에 이 문제에 대한 인식차이가 꽤 큰 것으로 나타난다. 고향이 전라도인 사람들은 81%가 정부 정책의 지역차별을, 9% 정도가 산업의 입지조건을, 5%정도가 주민의 특성차이를 경제적 격차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고향이 경상도인 사람들은 52%가 정부정책의 지역차별을, 21%가 산업입지조건의 차이를, 18%가 주민의 특성차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고향이 강원-충청인 사람들은 60%가 정부정책의 지역차별을, 19%가 주민의 특성차이를, 14%가 산업입지조건의 차이를 경제적 격차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즉 전라도가 고향인 사람들 중에는 정부정책의 지역차별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데 반해. 고향이 경상도 강원도 충청도인 사람들은 주민의 특성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특히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들은 사업의 입지조건도 경제적 차이의 원인이 된다고 상당수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같은 인식의 차이는 바로 우리사회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지역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湖南 차별감 심각   경제개발 계획의 고려사항

마지막으로 현시점에서 경제계획을 수립할 ‹š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사항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응답자중 48%가 지역격차의 해소, 37%가 국가전체의 이익이라고 대답하여 지역간의 균형 있는 발전이 보다 중요한 정책적 고려사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다시 응답자의 고향에 따라 분류하여 보자. 고향이 전라도인 사람들은 국가전체의 이익보다는 (27%) 지역격차의 해소(63%)에 정책적 고려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고향이 전라도가 아닌 서울 경기 강원충청 경상 및 기타 지역 출신 사람들은 약 40%내외가 국가전체의 이익, 약 45%내외가 지역격차 해소라고 응답하고 있다.
이는 경제적 차별감을 전라도 사람들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결과이다.

위험 水位에 올라    요약 및 결론

한국사회의 지역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은 전문적 연구자들 사이에서만 동의되고 있는 사실은 아니다. 지난번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선거결과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위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아래로는 시정의 일반인에게까지 국민모두에게 일깨워 주었다. 또한 지역주의적 선거의 결과는 어느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우리 국민 모두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일조를 하며 참여한 결과라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지역 문제에 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은 한국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축적한 발전의 터전을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선진사회로 비약하는 계기로 만드느냐 혹은 국민들 사이에 분열을 심화시켜 퇴행할 수 밖에 없도록 하느냐 하는 민족적 선택의 기로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지역 문제는 이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단순한 지역주의 혹은 연고주의에 의해 발달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사회가 산업화를 수행해오면서 함께 자라온 문제인 것이다. 산업화 과정의 지역적 편중이야말로 현재 팽배하고 있는 지역감정의 숨은 원인인 것이다. 이 주장은 한국사회가 어떠한 기준으로 보아도 민족적 동질성이 매우 강력한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지역적으로 인종 언어 종교 등의 구별이 전혀 없는 단일 민족을 오랜 역사 동안 형성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지역간의 지역 간의 문제가 첨예한 갈등의 양상을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지역문제에다 勞資의 갈등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우리사회의 갈등과 혼란의 모습 뒤에는 이와 같이 복합적 요인들이 중첩되어 작용하고 있음을 겸허하게 사실로 받아들일 때에만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도 마련될 것이다.